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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169

[713호] 출판계 카피캣의 연속. 그 원인과 해결책은?

작성자
대학신문방송사
조회수
1540
등록일
2024.10.11
수정일
2024.10.11

제목: 출판계 카피캣의 연속, 그 원인과 해결책은?

 

고양이는 어떻게 사냥기술을 터득할까? 새끼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가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뒤 어미의 사냥기술을 그대로 흉내를 내 사냥을 한다. 사람들은 이런 고양이의 습성으로부터 복사(Copy)’고양이(Cat)’를 합친 카피캣(Copycat)’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카피캣은 쉽게 말해 모방품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해당 용어가 시장에서 쓰일 때는 인기 있는 상품을 그대로 모방한 독창성 없는 상품이나 기업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카피캣은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신제품 발표장에서 삼성을 비롯한 경쟁기업들을 카피캣이라고 비난한 사건을 계기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으며, 대기업이 신생기업의 기술을 모방하는 등 시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다.

 

카피캣은 당장 가까운 서점에 가서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칸에 가보면 ○○○ 백화점’, ‘○○○ 사진관’, ‘○○○ 상점’, ‘○○○ 목욕탕등 어두운 배경에 상점의 외관이 그려진 표지들이 다수 보인다. 해당 표지들은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떠올리게 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전 세계적으로 1,200만 부 이상이, 국내에서는 100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이와 비슷한 소재, 제목, 표지를 강조하여 마케팅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책들이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소재와 표지를 표절했다는 견해도 있다. 올해 초에는 벌거벗은 정신력(쌤앤파커스 출판)의 홍보용(가제본) 표지가 전년도 베스트셀러였던 도둑맞은 집중력(출판 어크로스)의 표지와 제목을 모방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논란이 일자 쌤앤파커스 측은 도둑맞은 집중력을 참고했다고 인정했지만, 어크로스 관계자는 법적 대응은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씁쓸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출판계 카피캣은 논란이 되어도 법정 공방으로 잘 흐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책 제목과 표지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제목(제호)과 같은 짧은 문구는 저작물로 볼 수 없으므로 저작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제목을 서적이나 출판물에 등록하는 것은 가능하나, 등록되었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해당 표장이 사용되었을 때 보호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책 제목을 상표 등록했다고 해도 제삼자가 동일한 제목을 사용했을 때 상표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책 표지는 디자인을 한 사람이 창작성을 발휘하여 만든 것이므로 저작권이 인정되므로, 저작권에 의해 책 표지 사용에 대해 저작권자의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표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을 따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저작권의 주요 판단 기준인 창작성을 표지 디자인의 표현 기법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소재와 내용에는 더욱 느슨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표절 관련 법적 대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 또한 카피캣 문제가 실제 법정 공방으로 흐르지 않는 이유이다. ‘도둑맞은 집중력 표절 논란의 피해자인 김형보 어크로스 출판사 대표는 지난 1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소송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출판에만 힘을 쏟기도 어려운 상황에선 소송이 쉽지 않다라며 법정에서 이긴다 해도 실익이 크지 않으니 꺼리게 되고, 결국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하며 씁쓸함을 전했다.

 

그렇다면 출판계 카피캣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해당 문제를 법적으로 다루기에는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 결국 출판계 카피캣 문제해결의 열쇠는 출판사의 윤리 의식과 직업의식에 있다. 표지나 제목의 표절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작가의 오랜 시간의 노력이 담긴 작품의 가치를 평가절하시킬 수 있다. 또한 표지와 제목의 표절이 내용의 표절로까지 이어진다면 문학계는 양산형 작품에 파묻혀 질적 성장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자신의 개성이 담긴 문학 작품들을 창작하고, 출판계는 작가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이 계속해서 출판될 수 있도록 작품 각각의 특색에 맞게 기획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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