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전기차 화재···, 지하주차장 출입 금지 주장도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등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8월 2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 오전 인천 서구의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인해 차량 40대가 전소되고, 100여 대가 손상됐다. 또 아파트 주민 23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아파트 5개 동 480여 세대에 단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달았다.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화재가 8시간 20분이나 이어진 이유가 전기차의 특성과 지하 주차장이라는 화재 발생 환경에 있다고 분석했다. 1,000도 이상의 열을 발생시키는 열폭주 현상을 동반하는 전기차 화재 특성과, 열 폭주 현상으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가연성 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지하 주차장의 환경적 특성이 결합하여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또한 전기차 화재의 경우 이동식 수조 설비에 전기차를 담가 소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높이 제한이 있는 지하 주차장의 경우 이러한 대형 장비를 들여오기 힘들다는 점도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인천 서구 전기차 화재 이후 8월 6일 충남 금산 주차타워에서도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하며 전기차 포비아 현상은 눈에 띄게 확산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아예 지하 주차장 출입을 거부하는 아파트가 늘어난 것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를 지상에만 주차하도록 하자’는 안건으로 열린 주민 회의에서 ‘멱살잡이’까지 벌어질 정도로 전기차 출입 거부를 두고 갈등 양상이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전기차 출입 거부에 온라인상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 주차장 출입을 거부당한 전기차 차주들은 잠재적 방화범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쾌함을 느낀다고 토로했으며, 지상 주차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아파트도 많아 지하 주차장 이외의 주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피력했다. 반면 전기차 출입 제한에 찬성하는 이들은 국민일보의 인터뷰에서 “전기차는 화재가 한 번 발생하면 진화가 어렵고 피해가 크다”며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아파트 구조와 내구성 자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예방 차원으로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기차 출입 거부 현상은 지하 주차장뿐만 아니라 항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내 12개 차도선(여객과 차량을 함께 수송하는 선박) 선사·선주 대부분이 전기차 선적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을 50%로 제한하는 권고 기준에 따라 선적하는 선사가 대부분이며, 아예 전기차 선적을 금지하기도 하는 선사도 존재했다. 선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다 한가운데에서 불이 나면 마땅한 대비책도 없고, 침몰 등 큰 피해가 날 우려가 있다”며 전기차 선적 거부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