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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호] 은폐된 사이버 세상: 다크웹의 윤리적 딜레마

작성자
대학신문방송사
조회수
1754
등록일
2024.10.11
수정일
2024.10.11

오늘날 다크웹(Dark Web)은 마약 거래와 도박, 아동 포르노, 개인정보 유출의 성지로 변질한 지 오래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는 다크웹 중 57%를 범죄 관련 사이트로 분석한다. 사실, 다크웹이 은폐된 세상을 목적으로 탄생한 것은 아니다. 90년대 후반, 다크웹은 온라인에서 효과적인 정보 공유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발신자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언론 탄압에 저항하여 자유 실현을 이끄는데 기여하기도 하였다.

 

다크웹은 미국 정부가 국방을 목적으로 개발한, 어니언 라우팅(Onion Router)에서 출발한다. 어니언 라우팅은 네트워크 기술로, 겹으로 둘러싸인 양파 모양처럼 동작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수의 가상 네트워크(Node)를 거쳐, 최종 웹페이지에 접속을 시도한다. 사용자의 고유 아이피를 현실적으로 역추적하기 어려우며, 익명성 보장을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한다. 이를 무작위 네트워크 경로(Random Relay)라고도 한다.

당시, 어니언 라우팅 기술은 한정적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웹페이지에 비정상적인 접근이 감지되면, 사용자를 추정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누구나 클릭만으로, 인터넷 검열을 우회할 수 있는 토르(Tor)가 등장한다. 어니언 라우팅 기술을 적용한 토르는 익명 브라우저와 네트워크 프로토콜로 자리 잡으며, 다크웹 개념이 형성되는 시초가 된다. 다크웹은 Google과 같이 대중화된 검색엔진으로 검색할 수 없다. 따라서 다크웹에 접속하려면, 별도의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단순화한, 브라우저 토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토르의 대중화는, 사이버 수사에 걸림돌 중 하나가 된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 대학원에 따르면, 법 집행기관은 다크웹 사이버 범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이유로 전 세계 서버를 무작위로 경유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수사 기관이 수사 환경을 구현하고 접속하는데 속도 저하가 발생하며, 범죄자 특정을 어렵게 한다. 또한 불법 다크웹 URL은 복잡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바뀌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수사관 역시, 선정적인 콘텐츠로 인하여 정신적인 트라우마도 호소한다고 알려진다. 이에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한 모델을 구현하여, 수사 환경을 개선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 다크웹은 언론인, 국방, 반정부 인사들이 신원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 특성이 악용되면서 윤리적 딜레마에 놓이게 되었다. 사용자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특성은 추적을 어렵게 하여 오히려 범죄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결국, 다크웹 진화는 기술의 양면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익명성은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그에 따르는 위험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듯하다. 이제는 전환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때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도구로 쓰일 것인지, 아니면 어두운 범죄의 온상으로 남을 것인가?

 

고민우 기자(radsky336@smail.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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