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기후도 아닌 우리나라가 우기라고?
기상청이 발간한 장마 백서에 따르면, 장마는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를 일컫는 말로 남쪽의 열대성 기단과 북쪽의 한랭성 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여름철에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이다. 이러한 장마는 6월 하순에서 8월 중순까지 집중되는 비를 여름 장마, 초가을인 8월 말부터 10월까지 볼 수 있는 장마를 가을장마라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가을장마의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어 이제는 가을장마가 아닌 2차 장마라 한다.
2022년의 경우 기상청은 장마가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6월 23일에 시작해 7월 26일에 끝났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장마가 끝난 후 8월 8일부터 8월 11일까지 정체전선이 강하게 발달하여 2차 장마가 시작되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600mm가 넘는 폭우를 퍼부었다. 2023년의 경우 기상청이 발표한 장마 기간은 6월 25일부터 7월 26일이었다. 그러나 기상청에서는 2차 장마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8월 22일부터 수축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내려와 장마전선이 형성되어 중부 서해안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하여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집중호우가 지속되었고, 8월 29일부터 9월 3일까지도 집중호우가 지속되었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들었다가 9월 20일부터 21일까지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다. 이 사례들은 여름철 장마 이후 추가로 찾아오는 가을장마 사이에 이례적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앞으로 찾아올 장마에도 추가로 정체전선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 3차, 4차 장마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2022 한국기상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는 6월에서 9월을 장마라는 표현 대신 우기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2차 장마가 만들어져 대개 가을장마라 불렀는데 2022년의 경우 이례적으로 한 달여나 일찍 나타나 이를 2차 장마라고 본다고 하며 1차 장마, 2차 장마라는 표현 대신 동남아시아처럼 6월에서 9월 초까지를 우기로 정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 말한다.
이제는 동남아시아가 아닌 한반도에도 장마가 아닌 ‘우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어쩌면 이미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이는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한 번 더 깨닫게 해주는 하나의 지표로도 보인다.
송혜원 기자